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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ies

페이팔 마피아

바로 이전 글에 나와 있는 내용과 연관되어 있고, 최신 흥미거리인 기사가 있어서 올려본다.

출처 : 박창신의 디지털 세상


유튜브 신화의 배후, '패이팔 마피아'
  2007/01/04 22:59
박창신      조회 1911  추천 0

 

<그림: '패이팔 사단' 주요 인물들의 관계도>

전 직장의 선후배 동료들인 이들은 요즘도 샌프란시스코의 이름모를 곳에서 수시로 만난다고 합니다. 집 뒤뜰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고, 근사한 식당에서 생일잔치를 합니다. 이도 저도 아니면 늦은 밤 누군가의 집에 수다를 떱니다. 그런데, 잡다한 주제의 대화는 늘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각 자 집으로 돌아간 이튿날, 어제 얘기했던 비즈니스모델의 벤처기업이 탄생하는가 하면 특정 비스니스모델에 거액의 투자가 이뤄집니다. 바로 ‘패이팔 마피아(Paypal Mafia)’의 회동이 있은 다음날 그렇다는 다소 과장된 얘기입니다. <아래 글은 뉴욕타임스, 포브스 등에 게재된 여러 편의 기사를 읽고 일부 내용을 발췌해 새로 구성한 것입니다.>


‘패이팔 마피아’는 패이팔이란 지불결제시스템 회사 출신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마피아란 단어를 쓸 정도로 패이팔 출신들의 결속력이 상당하다는 뜻으로 일단 해석이 됩니다.  패이팔 마피아는 2006년 10월 구글이 유튜브를 16억5000만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다시 한번 세상이 알려졌습니다. 창립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유튜브의 성공배경에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패이팔 출신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유튜브의 창업자들이 바로 패이팔 출신들입니다.


오로지 실력만으로 부(富)를 이룰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 미국에서, 벼락치기 갑부(甲富: 첫째가는 부자), 즉 ‘벤처대박’은 결코 실력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가 봅니다. 미국이라고 해서 ‘끈’과 ‘백’이 통하지 않을 리 없겠습니다만, 패이팔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은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면서 벤처신화를 하나씩 일구어 내고 있습니다.


패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인수되었습니다. 인수금액은 무려 15억 달러(1조5000억원). 패이팔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직원 대부분은 단번에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하나 둘씩 이베이의 사업부가 된 패이팔을 그만두고 IT와 벤처캐피탈업계로 흩어졌습니다. 바로 이들은 사람, 돈, 기술을 움직이면서 웹2.0 시대의 인터넷 벤처신화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성공의 경험에서 비롯한 자신감과 돈이 제2, 제3의 성공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할까요.


이베이 인수 이후 패이팔을 그만둔 패이팔 출신들은 수 십 명이며, 이들은 주로 인터넷 기업이나 다른 영역의 벤처기업에 들어가거나 직접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모이면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고 사람을 구하고 돈을 끌어들이는 데 상부상조한 것입니다.


패이팔 동창들이 만들어낸 기업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링크드인(LinkedIn)’은 패이팔 부사장 출신인 레이드 호프만(Reid Hoffman)이 설립해 CEO를 맡고 있는 비즈니스 중심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입니다. 호프만은 패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였던 피터 씨엘(Peter Thiel)에게서 출자를 받았습니다. 씨엘은 패이팔을 이베이에 넘긴 후 스스로 ‘클래리엄 캐피탈’(Clarium Capital)이란 헤지펀드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클래리엄 캐피탈은 설립당시 자산규모가 11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4년이 지난 2006년 하반기 자산규모가 무려 23억 달러 이상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고 합니다. 씨엘은 펀드 이외에 역시 패이팔 출신들과 함께 한 벤처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 전문 인터넷사이트인 ‘슬라이드(Slide)’도 패이팔의 공동창업자인 맥스 레브친(Max Levchin)이 설립한 인터넷 벤처기업입니다. 이 회사에 피터 씨엘이 투자했다고 합니다.

패이팔의 운영책임자(COO)였던 데이빗 작스(David O. Sacks)는 ‘Room 9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 제작사를 설립해 담배 회사들을 풍자한 ‘Thank You for Smoking’이란 영화를 만들어 2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데이빗 작스의 영화 사업을 힘껏 도와준 사람들이 바로 패이팔에서 한 솥밥을 먹었던 피터 씨엘, 맥스 레브친, 그리고 패이팔의 또 다른 설립자였던 에론 머스크(Elon Musk)입니다. 이들의 자금지원에 힙 입어 두 번째 영화를 준비하는 한편, 영화제작과는 별개로 피터 씨엘의 자금지원을 받아 새로운 인터넷기업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에론 머스크는 패이팔 동료들에게 투자한 것 이외에 자기 돈으로 저가의 인공위성을 제작하는 스페이스X(SpaceX)라는 업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만, 스페이스X도 언젠가는 패이팔 마피아에서 자금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패이팔 마피아가 이뤄낸 성공신화의 대표사례는 유튜브입니다. 유튜브의 공동설립자인 채드 헐리(Chad Hurley), 스티브 챈(Steve Chen) 그리고 조드 카림(Jawed Karim)은 모두 패이팔 출신입니다. 유튜브 설립 직후인 2005년 여름 카린이 현재 링크드인에서 일하는 전 패이팔 직원이자 친구인 케이쓰 래보이스(Keith Rabois)에게 유튜브 사이트를 보여주고 비즈니스 모델과 사업계획 등을 설명해줬다고 합니다. 이에 래보이스는 얼마 후 자신이 들은 얘기를 투자 자문가 겸 미국의 유명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의 파트너인 로엘로프 보싸(Roelof Botha)라는 소개하였습니다. 세콰이어 캐피탈은 애플, 구글, 야후 등에 투자해 대박을 낸 투자전문기업입니다. 보싸는 유튜브 창업자들을 만나본 후 세콰이어 캐피탈을 움직여 유튜브에 투자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렇게 유튜브를 도와준 보싸는 다름 아닌 패이팔의 최고재무담당임원(CFO)이었던 사람입니다.


패이팔 출신들의 이런 상부상조가 미국 사회에선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비쳐지는 것 같습니다만, 일부 언론에서 이들이 이럴 수 있는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출중한 능력의 엔지니어, 창조적 아이디어가 풍부한 기업인, 그리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이들의 열정,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바꿀 수 있는 경험 많은 매니저들과 새로운 아이디어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자본가들이 ‘패이팔’이란 이름 아래 서로 만났다는 것입니다. 이중에서 앞서 언급되었던 패이팔의 전 창업주이자 CEO였던 씨엘, CFO였던 보싸, 그리고 부사장이었던 호프만, 공동창업자이자 CTO였던 레브친 등은 패이팔 매각으로 번 돈으로 집 사고 차를 사서 한평생 먹고 놀며 즐기려하질 않고, 이를 다시 벤처에 재투자한 것이 패이팔 연쇄 성공신화의 열쇠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베이에 인수된 패이팔에서 나올 당시 20대와 30대에 불과했던 젊은 직원들의 경우 한창 불같이 일할 나이여서, 이들의 열정이 새로운 벤처신화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패이팔 마피아의 근원은 어디일까요.

물론 패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씨엘과 맥스 레브친이 마피아의 보스 혹은 대부라고 보입니다.

피터 씨엘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발간하는 매거진인 ‘스탠포드 리뷰’를 함께 만들었던 친구들을 상당수 패이팔 직원으로 채용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맥스 레브친은 넷스케이프라는 불세출의 웹브라우저를 만들었던 컴퓨터공학의 명문인 어바나의 일리노이 대학에서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예를 들어 레브친이 일리노이 대학에서 고용했던 러쎌 시몬스(Russel Simmons)는 현재 ‘옐프(Yelp)’라는 유망한 인터넷 기업의 창업자이자 CEO입니다. 물론 이 기업에도 피터 씨엘과 맥스 레브친이 투자했습니다.

패이팔에 입사한 러쎌 시몬스는 유 팬(Yu Pan)이라는 이름의 또 한명의 엔지니어를 소개하여 패이팔에 합류시켰습니다. 바로 이 유 팬이 유튜브가 처음으로 고용한 엔지니어라고 합니다. 유 팬은 또 다른 일리노이 출신이자 패이팔 동료이며 유튜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챈, 조드 카림과 함께 ‘환상의 트로이카’가 되어 유튜브의 성공신화를 일궜다고 합니다. (이 점은 유튜브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인 채드 헐리가 들으면 조금 섭섭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초창기 유튜브는 패이팔을 다시 규합해놓은 것 같았다고 합니다.


페이팔 멤버들의 끈끈한 믿음과 신뢰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각 도시의 식당, 백화점, 병원 등등에 대한 사람들이 평판을 네티즌들이 직접 작성해 모아놓은 옐프(Yelp)라는 사이트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2004년 여름의 어느 날, 맥스 레브친의 29세 생일날에 샌프란시스코의 한 베트남 식당에 16명이 모였습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패이팔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한참 웃고 떠들다가 자연스럽게 화제가 ‘좋은 치과의사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라는 얘기로 모아졌습니다. 그러나 패이팔의 기술 분야 부사장이었던 시몬스와 제레미 스토펠만(Jeremy Stoppelman)은 자신들이 준비하고 있는 사용자 작성 평판에 관한 웹사이트에 대해 얘기를 했습니다. 이어 식사를 마치고 레브친 사무실에 간 시몬스와 스토펠만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보다 자세히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튿날 레브친은 이 프로젝트에 100만 달러를 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Yelp, Slide, LinkedIn, Room 9 Entertainment 등 ‘패이팔 사단’의 벤처기업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이중에서 유튜브 같은 기린아가 또 나올까요. <끝>